◈지난 2일 한남대에서 열린 한밭문학토론회 장면.

  시집 [그대 가슴까지 붉게 물들이겠어요]를 발간한 옥빈 시인의 본명은 장영옥이다. 이름이 영옥이어서 신문과 잡지에 작품이 발표된 뒤 남자들로부터 팬레터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마음은 기뻤지만, 이래서는 안 된다 싶어 필명을 ‘옥빈’으로 하였는데도, 같은 현상이 계속되어 이미 남자라고 밝히기를 포기한 지 오래 되었다고 한다.
  
  옥빈 시인의 첫시집 [그대 가슴까지 붉게 물들이겠어요]를 제재로 하여 2004년 10월 2일 한남대학교 문과대학 세미나실에서 ‘제2회 한밭문학토론회’(회장 이규식 한남대 교수)가 개최되었다. 독자가 작품을 감상하는 것으로 끝났던 일방통행적 관계를 지양하고, 시인과 독자들이 직접 만나 작품성을 점검하고 의문점을 해결하는 특별한 만남의 자리였다.
  
  
  지정 질의자 2명의 질의, 그리고 참석자들의 자유 질의에 대하여, 시인은 자신의 소박한 문학관과 작품 창작 경향을 밝혔다. 옥빈 시인은 생활 속의 진실을 시로 빚고 있으며, 작고 큰 현상들이 시인의 가슴에 떨림을 만든다고 했다. 그 떨림을 작품으로 빚어 발표하여, 첫 시집을 발간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갑론을박하는 가운데, 문학적 진실을 확인하는 토론회는 깊어졌다. 이러한 토론회는 체면을 중시하는 문인들 사이에서 흔하게 접할 수 없는 체험이며, 우리 대전권에서 시도하는 특별한 행사라 하겠다.
  

  절창 [곶감을 켜며]에 시선은 머물고
  
   기다림이 얼마나 큰 아픔인지를
   곶감을 켜본 사람은 안다.
  
   앞마당 파르르 흩날리는 감잎 소리를 들으며 늦은 밤 아내와 곶감을 켠다. 처마 끝에 곶감 몇 개는 달려 있어야 가을이지. 당신이 남기고 간 가을 풍경을 만들며 도란도란 가을빛 등불을 단다.
  
   찬바람 햇볕을 먹으며 작아지는 몸
   곶감을 손질해 본 사람은 안다.
   기다림이 얼마나
   아름다운 빛깔을 만들어 내는지를.
   ― 옥빈「곶감을 켜며」전문
  
  첫 번째 질의자로 나선 전인철 시인은 [곶감을 켜며]를 중심으로 높은 예술성에 대해 칭찬하면서 [착각]에서 약간의 미진한 부분을 확인했다. 두 번째 질의자인 박해완 소설가는 작품의 서사성과 예술성의 조화를 주장하면서, 개성 있는 작품 성향에 대해 확인하고자 했다.
  
  이어서 신익현 시인의 [슬픔을 위하여] 등에 대한 아름다움을 개진하고 멋진 시낭송을 보여 주었다. 김균태 시인은 서술성의 배제 문제에 대해 의문점을 제시하였고, 박성범 시인은 압축으로 인해 시가 난해해지는 경향에 대해 논제를 내놓았다.

  
  네 가슴이 떨리더냐?--박용래 시인
  

  
  이규식 한남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우리 대전에서 두 번째 개최하는 <한밭문학토론회]는 의미롭고 멋지게 진행되어 갔다. 마지막으로 좌장(시인 리헌석)의 마무리로 행사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첫 번째로, 토론회에 작품을 선뜻 내놓을 수 있는 옥빈 시인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두 번째로, 철저하게 준비한 전인철 시인과 박해완 소설가에게도 박수를 보냈다. 세 번째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면서 토론의 질서를 유지하고 품위를 지킨 청중들에게도 감사한 인사를 잊지 않았다. 이어 논의되었던 내용을 마무리하고, 문학 창작과 문인의 자세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우리 고장에서 눈물의 시인으로 유명한 고 박용래 시인께 습작시를 보여 드리면, [이 작품을 쓸 때, 네 가슴이 떨리더냐?]라고 물으셨습니다. 이 말은 시 창작의 첫 단계인 발상과 착상과정에서 가슴 떨릴 정도의 흥분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슴이 떨리고, 가슴이 설레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흥분을 언어로 빚어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문학이라는 정의를 간단하게 확인한 것입니다. 자기 자신의 가슴도 떨리지 않는 제재로 작품을 빚어 어떻게 다른 사람의 가슴에 떨리는 감동을 줄 수 있느냐는 가장 기본적인 명제를 이렇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옥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