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일지 11
       - 가을들녘 2003

 

 

지난여름 매미울음소리보다
더 크게 울었던
쭉정이의 들녘을 바라보다
도로 옆 고개 들어 활짝 웃어주는
쓰러지고 부러진 코스모스를 따라
잠시 트럭을 세웠습니다.
정치자금비리로 삐걱-백억-거리는 정치와
지난달 보다 줄어드는 매출
몇 만원의 일당 같은 하루를 생각하며   
오랫동안 비워두었던 들녘에 서서
정직한 하루를 생각했습니다.

답답한 돌 하나 둑 방 갈대 숲에 버리고

아버지 같은 쓸쓸한 풍경 가슴에 담고 돌아서는 길

예전엔 몰랐어요. 당신에 대한 그리움이

내 버팀목이었던 것을.